누군가 말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고.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온갖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힙스터 기질 때문이었을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진을 찍는게 당연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셀카를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 시대가 오면서 나는 오히려 사진을 찍는 것을 등한시 여기게 됐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 게 흔해졌기 때문보다는, 그토록 열심히 찍었던 디지털 카메라 사진 데이터들이 어느샌가 어디에 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면서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좀 부질없게 느끼게 됐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딴 소리로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게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새롭게 든 생각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겠지만, 누군가 무엇인가에 관해 글을 쓰고자 한다면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롤 우르프 모드 바닥에 깔린 티모 버섯만큼이나 정말 시X 아주 X나 많이 말이다. 조금만 넋 놓고 게임에 집중 하다보면, 하고싶은 말이 많은 순간이 있음에도 그 순간을 남들에게 전달할 수단을 잃고 만다. 그리고 내 강렬했던 인상과 생각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잊혀진다. 고로 부지런히 실시간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일단 나는 아니다) 사진을 많이 남겨야 한다. 우리 철수의 위대한 여정의 시작을 기념할 정면샷 하나 정도는 찍어줬어야 했는데, 게임 속을 탐험하는데 매몰되어 글을 쓸 때 쓸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극찬이리라.
위 사진에는 이미 어느샌가 끼어있지만, 사실 가챠로 새로운 캐릭터를 뽑았다. 가챠가 열리고나서 이리저리 뒤져보고 있었는데, 다른 가챠는 필요한 재화가 없었고, 처음 시작하는 뉴비용 지원 뽑기는 가능하길래 가챠 버튼을 눌러봤는데, 나는 적어도 '재화가 이만큼 소모되서 이만큼 남습니다. 가챠를 하시겠습니까?' 정도의 안내문은 묻고 뽑힐줄 알았다. 하지만 웬걸, 버튼을 누르자 마자 내 재화는 비가역적 교환 과정을 거쳐 처음보는 처자와 기타 잡동사니 무기들(하지만 NPC 대장장이가 수십년간 기술을 연마하여 벼려낸 실버소드보단 좋은)이 쏟아졌다. 사실 이건 좀 잘못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4성 이상 캐릭터가 100%라는데, 정말 지금까지 원신 2차 창작에서 보도듣도 못한 저 처자가 정확하게 튀어나온거 보면, 딱히 좋은걸 기대할 수 있는 기원도 아니지 않나 싶다. 이게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삼 이미지를 다시 보면서 알았는데, '상세'를 클릭해서 뭐가 나오는지라도 확인하고 누를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숨을 할 때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안 들었던 기믹이 있었다. 사실 다른 것들도 여러가지 있었지만,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건 얼음으로 발판을 만드는 기믹 얘기다. 우리의 주인공 젤ㄷ, 아니, 링크가 들고다니는 최첨단 초거대 사이즈 스마트폰은 액체가 고여있는 곳에서 얼음 큐브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이 큐브는 각종 퍼즐에 이용될 뿐만이 아니라, 수영을 해야할 곳에서 발판을 만들어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물을 건너갈 수 있게 해주거나 폭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해준다. 후자의 경우 나중에 특정 아이템을 얻고나면 마치 21세기를 역행하려는 반지성주의자들의 힘찬 몸부림처럼 온몸을 비틀어 순식간에 폭포를 오를 수 있어서 문제가 해결되긴 하지만, 수영하는 감각이 상당이 ㅈ같은 야숨 특성상 어지간한 강이나 호수, 바다는 얼음 큐브를 만들어서 건너가곤 했다. 왜냐하면 수영 속도를 올려준다는 장비를 모조리 껴입고도 우리 젤다의 수영 속도는 굉장히 느린데 반해서 물속에 사는 몹들이 물에서 나를 유린하는 속도는 따돌릴 수 없을 만큼 빨라서, 우리의 젤다, 아니, 링크는 그들의 영역에 허리 밑을 들이는 순간 사냥감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큐브 만들고 건너고 만들고 건너고 반복하기가 귀찮아서 조금만 간격을 잘못 넓히면 그대로 얼음 큐브 위가 아니라 옆면에 착지하기 일쑤였고, 그러다 비라도 오면 벽면에서 미끄러지기까지 했다. 그 상태에서 스태미너 관리를 소홀히 했다면 기어오르지, 육지에 가지 못한다면 다시 큐브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원신 얘기를 해야하는데 젤다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아닌가 싶지만, 하여튼 얼음 원소로 물을 얼려서 그 위로 걷는건 꽤나 참신하게 느껴졌다. 사실 아직까지 게임을 하면서 그닥 필요하다고 느낀 기믹도 아니고, 이게 그렇게 상상하기 어려운 발상도 아니지만, 야숨에서 헤엄치거나 얼음 큐브 건너기를 하는게 너무 불쾌하게 기억에 남았기 때문인지 내게는 신박하게 다가왔다. 로딩창에 원소 문양을 보아하니 대충 7가지 정도의 원소가 있고 그 각각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제대로 외우고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런 기믹들이 각 원소들을 그저 7가지 퍼즐조각이 아니라 각각이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예전 게임들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게임들은 스샷 찍기에 진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신도 찾아보니 따로 스크린샷을 찍는 모드가 있었다. 다만, 이런 기능들은 내 캐릭터를 이쁘게 찍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나는 스샷 찍기가 불가능한 순간순간의 상황들을 가급적이면 날 것 그대로 찍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기능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로스트아크를 하면서도 아주 가끔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웃긴 상황 같은 것들(+6+6+10으로 깎여버린 돌이나)을 지인들과 공유할 때 정도나 스크린샷을 찍어왔는데, 아는 다른 지인분은 '온라인 게임 하면 당연히 사진 찍느라 시간 쓰지 않음?'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유독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온라인 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사진으로 남기기 좋아하는 유저들의 니즈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위 사진도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때 찍지 못했는데, 웬 교수인지 박사인지, 지나가던 NPC가 있길리 말을 걸자 무슨 전설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는 아이템을 주는 대화문을 선택했더니 웬 책을 줬는데, 책을 받고 대화가 끝나자 마자 눈 앞에서 서서히 투명해지더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의도된 귀신 NPC를 만난걸까, 아니면 버그인걸까? 아니면 몬드에서 볼 일이 끝났으면 눈 앞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것이 상식인 것일까? 그 왜, 보면 플레이어도 워프 타고 빠른 이동을 하지 않는가. 어찌되었건 몬드는 정말이지 무서운 곳이다.
갑작스러운 몬드의 귀신을 만난 나는, 중장갑 대검 메이드 정도로는 몬드에 도사리는 위험에 어림도 없다는 생각에 상점을 둘러봤다. 보통 모바일 게임에서는 처음 유입된 유저들에게 게임을 지속할 미끼로서 도전과제 등을 달성하면 그 게임에 가장 핵심이 되는(주로 가챠 뽑기에 사용되는) 재화를 줘서, 유저들이 게임을 포기하면 아까울 만큼이지만 게임 내에 현질할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을 만큼은 재화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데, 원신에서 그렇게 주어지는 하늘색 표창같이 생긴 재화(아마 이름이 원석이던가)는 바로 가챠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 재화가 어떻게 가챠로 연결되는지를 찾다가, 상점에서 월정액 상품을 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게임을 가급적이면 무과금으로 하자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돈도 버는 직장인이 고작 6000원이 아까워서 게임을 공짜로 하는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과, 와 이정도면 개 혜자 아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월정액 정도는 게임값으로 치고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원신이 중국 게임인지라 결제가 복잡한건 이해가 가는데, 결제가 지나치게 쉬운 스팀과 비교해도 상당히 복잡했다. 돈이 나가는 문제에 오히려 스팀처럼 쉬워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문제는 이놈의 결제 과정 오류가 딱히 내가 뭘 잘못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계속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행이 안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주소지를 입력했는데도 다시 주소지를 입력하기 전 상황으로 돌아오길 반복해서, 야이 XXX들아 돈을 준다는데 왜 내가 엎드려서 줘야하냐!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 쯤 무사히 결제가 완료됐다. 사실 지금도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딱히 절차에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 갑자기 마지막 시도에는 됐기 때문이다. 난 이과생이지만 가끔씩 기계나 프로그램이 컨디션이 안 좋은 순간이 있어서 좀 쉬면 낫고 막 그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제하는 유저가 그걸 직접 알아야 하는건 아까 말했듯이 돈 쓰러 가면서 푸대접 받는 기분을 준다. 이 절차라는게, 조금만 유저에게 편리해지면 보안이 개판나고, 보안을 신경쓰면 그 끔찍한 Active 뭐시깽이 + 공인인증서 지옥이 펼쳐진다.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저렇게, 주변에 보상으로 뜬 상자를 놓치지 않게 화면에 표시해주는 건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엘든링 하면서 이미 지나친 곳에 두고온 아이템을 나중에 깨닫고, 이미 클리어한 곳을 다시 가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지난번에 생각했던 대로, 폭탄으로 광석이 캐지긴 한다. 효율이 좋다고는 못하지만, 몰입감과 일관성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디테일이리라.
그건 그렇고, 이건 야숨에서도 그랬는데 칼로 괴물도 잡고 마법도 쏘고 이리저리 날고 기는 놈들이 점프 높이 하나만은 참으로 인간적이기 그지없다. 이 얘기를 지난 번에도 했던 것 같은데, 점프를 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그 뒤에 어떻게든 저 가슴에서 칼뽑는 유명한 처자를 뽑고싶어서 이리저리 뒤져봤으나, 역시나 알 수 없는거 투성이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가챠나 현질에 관한 튜토리얼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임팩트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부분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혹은 유저들에게 너무 노골적이라고 느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냥 그 튜토리얼들을 싹 다 넘겨왔고, 원신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튜토리얼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게임을 좀 더 해봐야겠다, 사실 아직도 튜토리얼 구간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가챠를 해볼 순 없었지만, 픽업 캐릭터들을 체험해볼 수는 있었는데, 이건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특히 나같은 무과금(아, 월정액은 만 원도 안 되니까 반올림하면 무과금이라고) 유저들은 무료로 주는 재화를 얻기 위해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서 하게 되는데, 그렇게 캐릭터를 직접 써보게 하면서 물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게다가 체험은 그 캐릭터의 성능을 활용하게 되있어서 장점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제 이런 캐릭터들이 플레이어 캐릭터와 의미있는 서사로 엮인다면? 무서운 자본주의의 교활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런걸 처음 설계한 놈은 아마존 한가운데 맨몸으로 던져놔도 한 3일은 살아남을 정도로 지혜로울 것이다.
난 멀리서 일방적인 공격으로 한타를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데, 남자 활캐릭터도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석궁이나 총이면 더더욱 좋고.
한참 필드를 돌아니던 중 저 멀리 뒤돌아 있는 모코블린, 아니, 츄츄족을 발견했고, 나는 은신 기능은 없는 것 같아서 조용히 걸어서 접근했다. 그런데 라이덴 맙소사, 뛰지 않고 걸 적들이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그대로 눈치를 채고 돌아보는게 아닌가! 오픈월드 액션 RPG 게임에서 적의 등 뒤로 다가가 뒤잡기를 못한다니, 이건 선 넘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